2025. 5. 27. 08:10ㆍ카테고리 없음
소개
클래식 음악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인류의 문화와 정서를 가장 정제된 형태로 담아낸 예술 장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중과의 거리감은 여전합니다. “클래식은 어렵다”, “지루하다”, “어디서부터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은 여전히 흔합니다.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 권태영 작가가 집필한 책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는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본 리뷰는 클래식 연주자의 입장에서 이 책의 구성, 작가의 의도, 입문서로서의 가치와 개인적인 감상을 중심으로 다루어봅니다.
클래식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 소개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고 독자의 음악적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익히 들어본 클래식 음악의 실제 제목과 작곡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CF나 영화, 유튜브 배경음악으로 접했던 멜로디가 사실은 모차르트, 베토벤, 드뷔시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입니다. 2부에서는 바흐, 쇼팽, 브람스 등 주요 작곡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음악 속 숨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딱딱한 음악 이론이 아닌 ‘사람’ 중심의 설명은 음악을 감상하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3부에서는 시대별 음악사를 간단히 정리하며, 그 시대의 음악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드뷔시가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예술 간 연계를 이해하는 데 유익합니다. 마지막 4부는 작가가 제안하는 감정별, 상황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 입문자들이 상황에 맞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작가 권태영의 의도와 교육적 접근
이 책의 저자 권태영은 클래식 콘텐츠 크리에이터 ‘탱로그’로 활동하며, 유튜브에서 쉽게 풀어쓴 음악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조지아주립대에서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클래식 음악을 단순한 장르가 아닌 ‘소통의 도구’로 접근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했습니다. “클래식은 배운 사람이나 듣는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실제 생활 속에서 클래식을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독자와의 공감과 감정의 공유를 중시하는 그의 서술 방식은 지식 전달을 넘어 정서적 소통까지 확장됩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클래식을 즐길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특정 배경이나 교양 수준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과 ‘경험’이 클래식 입문의 충분한 자격임을 독려합니다. 이는 클래식 연주자로서도 반가운 접근입니다. 청중의 다양성이 음악의 다양성을 살리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입문서로서의 가치와 개인적인 감상
클래식 연주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단순한 대중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연주자들이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북입니다. 일반 청중에게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 기초를 제공하며, 연주자에게는 ‘전달’과 ‘공감’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단순한 형식 분석이 아닌 ‘그가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 절망 속에서 피어난 고요한 저음’이라는 식의 서술은 청중에게 훨씬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연주에 있어서도 이런 감정적 배경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것과 단순한 악보 재현은 확연히 다릅니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클래식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음악이 아닌 ‘사람’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망각을 일깨워주며, 모든 음악은 결국 ‘누군가의 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결론
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클래식을 연주하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책입니다. 권태영 작가는 클래식을 더 이상 낯설고 어려운 음악이 아닌, 나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로 재해석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닌, ‘경험’과 ‘감성’을 안내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클래식 입문서 중에서도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연주자인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왜 나는 클래식을 연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음악은 사람을 위한 예술이며, 이 책은 그 사실을 가장 따뜻하게 전해주는 클래식 입문서라 말할 수 있습니다.